매년 연초에 새롭게 선보이는 월화드라마는 기선제압 차원에서 방송 3사가 심혈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종종 이슈가 될 만한 소재가 드라마화 될 경우, 방송사들 간의 경쟁으로 사극 vs 사극 이나 트렌디물 vs 트렌디물 등 비슷한 소재가 중복되는 경우가 흔했는데, 올해는 사극, 트렌디물, 학원물 등 각기 다른 소재로 경쟁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 중 SBS <제중원>은 구한말 한국 최초의 근대식 국립 서양의료기관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이제는 영화배우로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박용우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만하다.


또 이에 못지 않게 도시적인 이미지인 연정훈의 사극연기도 관심 있게 지켜 보고 싶은 부분이다.

 

<제중원> 1회를 보니, 박용우는 백정 황정 역을 맡아 열연하게 되는데, 천민 임에도 원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신의있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언뜻 떠오르는 백정의 이미지는 소, 돼지 등, 가축을 도살하고 때로는 죄인의 목을 베는 일이지만, 황정은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워 도살을 해야 했던 교과서적인 백정의 모습이 아니라 고집스레 원칙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은 백정 황정이 양의학을 익히는 과정에서 그대로 적용될 부분이다. 이미 1회부터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양의학과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서, 신분의 벽을 넘어 꿈을 이루어 나가는 주인공 황정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도구처럼 사용되는, 아픔의 존재일 수 밖에 없는 백정의 삶을 그리 슬픈 표정 하나 없이 담담하게 그려내는 박용우의 내면 연기가 일품이라 할 만했다.

 

반면 연정훈(도양 )박용우와 상반된 신분이지만, 양의학이란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이것은 극에 있어서 가장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가 될 것 임에 분명하지만, 연정훈에게는 그리 좋지 못한 구도인 것 같다.

이미 연정훈 MBC <에덴의 동쪽>을 통해 엘리트 출신이면서 야비할 수 밖에 없었던 동욱역을 연기한 바 있다. 역시 이번 <제중원>도 명문가 출신이지만 천민인 황정의 라이벌로서, 벌써부터 황정에게 야비한 행동을 서슴치 않고 있다.

 

물론 연정훈(도양 )이 대립하고 화해하는 인물로서 단순한 악역으로만 그려지지 않을 테지만, 박용우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발산하며, 폭 넓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반면, 연정훈은 너무 이전 작품에 출연했던 이미지 그대로 이번 작품도 이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든 간에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되는 것은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
YOUR COMMENT IS THE CRITICAL SUCCESS FACTOR FOR THE QUALITY OF BLOG POST